2020년 회고

모두가 혼란스럽던 한 해가 거의 끝나간다. 연말을 맞아 올해에 있었던 일들을 되돌아본다.

이직

이전 회사의 프론트엔드 개발 환경이 많이 좋지 않아 프론트엔드 개발자분들의 생산성이 크게 저하되는 모습을 계속 보다가 PHP + 여러 버전의 React.js에서 Next.js로 다시 재작성하며 설계를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즈음에 회사가 개발팀을 사내 SI 조직 정도로 인식하는 상황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회사의 높으신 분께서 개발자들을 모아놓고 의견을 듣겠다는 회의를 한답시고 '왜 Node.js, React.js를 사용하지 않고 Next.js를 쓰느냐?'라며 '자기만족용 개딸x이 프로젝트라고' 개발자들에게 인신공격을 하시길래 퇴사 의사를 밝히고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급하게 이직 준비를 시작하며 꽤 바빴는데 자유롭고 열띤 토론을 지향하는 분위기와 구성원이 서로를 존중하며 일을 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현재 회사로 오게 되었다. 만족하며 잘 다니고 있다.

개발

이전 회사를 퇴사할 즈음부터 번아웃이 심하게 와 사이드 프로젝트를 계획만 하고 개발은 거의 하지 못했다. 회사에서도 100%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번아웃 없이 더 꾸준하고 오래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에서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이직을 하며 대부분의 규모 있는 회사들은 거진 Java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 백엔드 개발자에게 Java는 떼놓기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최근에 Java 공부를 시작했다.

ReasonML/ReScript도 최근에 공부하기 시작했다. 의도하지 않은 부수 효과를 만들어낼 여지가 줄어들고 또 무엇보다 TypeScript보다 더 안전하게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 회사에서 작은 단위의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면 ReScript로 개발을 해보고 싶다.

취미

카메라에 돈을 쏟아부었다. 올 한 해에만 2000만원 넘게 쓴 것 같다. 물론 카메라를 되팔고 다시 다른 카메라를 사는 과정도 있어 순수하게 2000만원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올 해 초 친구와 삿포로 여행을 가기 전 기존에 사용하던 Sony A7M2를 팔고 Sony A7R4를 샀고 이후 Leica M6을 샀다. M6을 한 달정도 사용하다가 팔고 다시 Leica M7을 샀고, 또 Sny A7R4을 팔고 Leica Q2를 샀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어디 놀러가기가 힘들어 사진을 많이 못 찍은 것이 아쉽다. 내년에는 카메라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녀야겠다.

계획했던 여행은 거의 가지 못했다. 올 해 초 겨울에 간 삿포로 여행과, 여름에 당일치기로 간 강릉 여행이 전부다. 원래라면 12월 31일에 아이슬란드 여행을 가야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여행을 취소했다. 내년에는 꼭 가고 싶다.

교육

설리번 프로젝트에 선생님으로 참가하였으나 일정과 번아웃으로 인해 중도 하차했다. 끝까지 진행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개발하면서 코드를 작성하고 설계하는 일 외에 어떤 부분에 내가 재미를 느끼고 그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파할 때 그렇다는 것을 느끼고 친구와 지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단순히 API를 익혀서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데 집중하기보다는 기초 지식부터 알아가며 각자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고 배포까지 해보며 지식을 쌓는 부트 캠프와 스터디 그 사이 어딘가의 적당한 지점을 찾는 것이 목표이다.

2021년

계속 풀스택으로 일을 하다 보니 남들이 백엔드나 프론트엔드 하나에 10 스탯을 찍을 동안 나는 5:5로 나눠서 찍는게 아닌가 싶은 불안함이 있는데, 내년에는 이 불안함을 해소하고 싶다. 또 번아웃 때문에 많은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낸 것 같아 아쉽지만,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으니 2021년은 더 보람차게 보내고 싶다.